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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모음, 12월 모음시, 겨울 시 모음, 12월 좋은 시

Good writing(좋은 글)

by 진주쌤컴교실 2022. 11. 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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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김사랑

마지막 잎새 같은 달력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네

일년동안 쌓인 고통은
빛으로 지워버리고

​모두 다 끝이라 할 때
후회하고 포기하기보다는
희망이란 단어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네

그대 사랑했으면 좋겠네
그대 행복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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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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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저녁의 편지/안도현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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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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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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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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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래/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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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정연복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뒷맛이 개운해야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뒤끝이 깨끗한 만남은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두툼했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석같이 소중히 아끼자

이미 흘러간 시간에
아무런 미련 두지 말고

올해의 깔끔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시작이 반이듯이
끝도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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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햇살 같은 시/정연숙

가슴에 심은 기다림 하나가
눈이 오면 날개 짓을 합니다
가슴에 심은 그리움도
눈이 오는 날이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소중한 님의 창가로 가서
살며시 창문을 엽니다
그리운 것들은 어디에 있든
늘 나와 동행합니다

​눈꽃 내려앉은 설원의 아름다움은
한 장의 편지가 되어
뒤돌아보지 않겠다던 것을
꺼내어 펼치려 합니다

눈발이 날리면
더욱 순해지는 가슴들
그 그리움의 연서
한 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기다리다 지쳐
밤새 하얀 길 걸어갑니다
아직도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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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2월/정용철

​나는 12월입니다.
열 한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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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천상병

​엘리어트란 시인은
4월이 잔인한 달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다

생각해보라
12월이 없으면
새해가 없지 않는가

1년을 마감하고
새해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새 기분으로
맞이하는 것은
새해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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