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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에 관한 시모음, 4월 좋은 시모음, 4월 좋은글

Good writing(좋은 글)

by 진주쌤컴교실 2024. 4. 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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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에 관한 시모음

 

 


벚꽃이 피면      /박명갑

시간을 멈추게 하고
꼼짝도 않고 그냥 서 있고 싶다
지나가는 사람들
조각이라 말해도
초라하게 벌거벗은 채로
생각 없이 꽃에 물들고 싶다
백옥같은 꽃잎
연분홍 꽃술의 유혹, 황홀함도
지나치면 괴로움이라고
그냥 바라볼 뿐인데
절정의 끝은 어디인가
첨탑같은 그것은 늘 뽀족하고
하늘을 향하고 있었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그렇게 서 있고 싶다
그제야 절정인 줄 알겠지
낙화가 시작되고서야


 
벚꽃 개화 예상도     /장석남


나는 한겨레신문에 난 벚꽃 개화 예상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예년보다 5~10일 먼저 꽃소식 찾아왔다, 고 한다.
삼촌이 묻힌 대전에는 3월 31일과 4월 5일 사이에 벚꽃이 피겠고
할머니와 아버지가 묻힌 경기 서해 해상 일대는 4월 5일이나 4월 10일쯤에 피겠고
철원 이북은 아직 까마득하다.
한데 나는 왜 죽은 사람에게 꽃소식을 갖다 댔던 것일까.
그들이 흙이니까? 인척이니까?
큰 제목 `매화 향기 북상중'에 밀려 나는 철원 지나 그림엔 없는 중강진 너머까지 쫓겨가고.
本文 속에
매화는 2월10일 충무에서 핀 데 이어 다시 20일 제주도 서귀포에까지 내려갔다가
27일 전주로 거슬러 올라왔다고 적혀 있다.
서귀포엔 왜 다시 내려갔던 것일까.
보급로가 막혀버렸던 것일까?
거기다가! 마산에서는 이상 난동 탓으로
1월 30일에 매화꽃이 피었단다.
왜 그 난동이......
저런, 저런 가만히 보니 꽃소식은 이북까지 가지 못하고 말았구나
이북엔 우리 외가가 있다는데.
앞마당엔 매화나무도 있었다는데.
나는 임진왜란 약사라도 읽는 듯이
맨 꼭대기에 적힌 철원이 아슬아슬하다.



벚나무 아래서       /김순아


꽃바람 불고 대지가 점차 데워지는 봄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가 며칠 사이 둘레가 불그레하게 변한
벚나무를 보았습니다.
가까이 보니 곧 터뜨릴 듯 울음덩이를 물고 가지를 파르르 떨고 있더군요.
벚나무둥치에 햇살이 날카로운 침을 쏘아대고, 어디선가 가쁜 호흡이, 간간이 연약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벚나무 둥치를 끌어안고 장난하듯 젖꽃판을 꾹꾹 눌렀습니다.
그러자 꽃봉오리들 젖꼭지처럼 탱탱하게 부풀어 오르며, 훅, 꽃비린내 사방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순간 아아, 나는 보았습니다.
그 안에, 폭죽처럼 터지는 꽃 안에 웅크려 있는 어머니를. 나를 기다려 언제나 창 쪽으로 몸을 구부려 계시던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 배만 둥그렇게 부풀어 올랐던 어머니가, 그 안에 겨울애벌레처럼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몸속에 점점이 덩어리져 있던 말, 이제 오나, 이제야 오나, 꽃들이 뱉어놓은 소리죽인 말들이 벚나무 아래 자욱합니다,
어릴 적부터 귀에 익은 말, 내가 내 아이들에게도 자주하는 그 말, 실뿌리까지 머금었던 말들이 꽃비린내를 풍기며 빠져나가고 벚나무는 다시 깊은 잠에 빠지고 있습니다.
조용한 봄날 벚나무 흐드러진 꽃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떨어져 내립니다.
거친 수피(수피)를 뚫고 환하게 피어난 꽃송이들, 화농한 꽃잎이 향기 풍기는 벚나무 아래서 나는 그렁그렁한 눈을 끔벅이며 오랫동안 서 있습니다.


벚꽃 축제       /박인혜

겨우내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다닌다
벚꽃나무와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 세상의 사람들이
벚꽃 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 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벚꽃 잔영       /박희홍

분홍빛 솜사탕 같은
달콤한 터널 속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로
웃고 울고 짝자그르
예쁘던 굴 허물어져
멀미 나게 휘날리니
꽃이 눈이 되는 걸까
눈이 꽃이 되는 걸까
바람 이는 춤사위에
눈 시리도록 아리고
보는 사람 허전하게
봄날은 이렇게 가나
짧은 인연 아쉬워서
뿌질뿌질 그리울 때
구름이 고운 꽃피워
봉싯대며 다가오네

 


벚나무를 읽다       /최재영

길마다 벚꽃나무 행렬이 지난다
누군가 황진이가 피었다 하자 그때부터
세상 모든 길들이 들뜨기 시작한다
구름같은 사내들 수백 년을 줄지어 서 있는데
가장 오래된 허리 굵은 기녀
한 생을 모두 완창했는지
늘어진 가지들 굽이굽이 열 두 치마폭이다
봄날의 혈통은 소문 부풀리기
팽팽하게 피고지는 호흡을 따라
이 봄 내내 달디 단 고행이 피어나는 중이다
입소문이 돋는 곳을 짚는 순간
허옇게 늙어버린 퇴기들
주름투성이 노래를 후두둑 쏟아내고
잔뜩 부풀려진 행간마다
붓고 지친 발목들만 촘촘하다
풍문이란 기울어진 시절에 더 무성한 법
지나가는 것들의 목록은
누대 바람의 몫이다
돌아서는 등 뒤
저만치서 누군가 추임새를 놓는지
앳되고 푸른 창법이 터져나온다
아무래도 난 흉흉한 과객(過客)이다


벚꽃 시대       /조 명

꿈같아요
꿈속에서 꽃꿈을 꾸는
고양이
한 무리 고양이들 사지를 쫙 펼쳐
이 의식에서 저 의식을
핥아요
제 검은 가지 끄트머리마다
꽃을 들어요
귀밑머리 구름벚꽃 꽂고 환하게 웃으며, 찰칵
잠시 잠깐 돌아온
소녀들
꽃 같아요
꽃꿈 속에서 꿈을 꾸는
프러시안블루
할머니


산벚꽃        /류제희

몸 버리고 돌아온 아침처럼, 꽃잎이
지고 있었네.
사월 중천 잎잎이 떠도는 혼령, 혼령들
고삐 풀린 들바람이
왔던 길 연분홍으로 지우고 있었네.



춘풍에 벚꽃 축제      /사방천

사월 춘풍에 벚꽃 만개한 갈산 공원
남한강 연변에 녹색의 버들잎
봄바람에 춤을 추고 만개한 꽃잎은
오가는 상춘객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음 지고
오가는 상춘객 만개한 꽃 웃음 따라
박장대소에 아지랑이 뛰어노는 갈산 공원
한강 물도 너울너울 춤을 추며 즐거운 듯
흘러가는 물 위에 꽃잎 떨어져 파도를 타고
흐르는 물결 위에 반짝이는 은빛 여울
맑은 하늘 종달새 지적이며 벚꽃 터널 상춘객
오라고 부르는 소리에 태양도 즐거워 싱글벙글
웃어대는 갈산 공원 벚꽃 축제 인산인해 이루며
봄은 맺어놓은 결실을 키우라고 여름에
맡기고 봄은 떠나고 여름이 다가온다


꽃비가 내리던 날    /정심 김덕성

아름답게 왔다가
아름답게 가는 벚꽃을 보라
간밤에 비바람에
짧은 환희의 삶을 남기고
아쉬운 이별의 길을 떠나면서
꽃비로 하얀 카펫을 깔아 놓으며
세속에 연연하지 않고 떠나는
저 빈마음의 사랑을
티끌만큼도 거짓이 없이
오직 순수하게
팔랑팔랑 춤을 추며 꽃비로 가는
의젓한 자태
초연하고 고고한
희생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꽃비의 아름다움
사랑이 아닐까


벚꽃 피고        /정태중

벗어 놓은 신발 툇마루에 정갈하네
꽃구경 가자던 말 뒤로하고 꽃상여 타시었네
놀란 가슴엔 먹먹함 가득 꽃피었는데
"아범아 어젯밤 뭐 했길래 쪼그려 졸고 있냐"
머리 조아리듯 쩌렁한 목소리
우리 엄마 웃고 계신 꽃 무더기 날리었네



산벚꽃         /김용택

저 산 너머에 그대 있다면
저 산을 넘어 가보기라도 해볼 턴디
저 산 산그늘 속에
느닷없는 산벚꽃은
웬 꽃이다요
저 물 끝에 그대 있다면
저 물을 따라가보겄는디
저 물은 꽃보다가 소리 놓치고
저 물소리 저 산허리를 쳐
꽃잎만 하얗게 날리어
흐르는 저기 저 물에 싣네.


벚꽃          /이외수

오늘 햇빛 이렇게 화사한 마을
빵 한 조각을 먹는다
아 부끄러워라
나는 왜 사나.

 


벚꽃 초상        /진 란

꽃잎 지는 저녁입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꽃잎들이 하루룽
어디로 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나무에 피어 아름답던 그 꽃
어디로 가고 바람만 남은 자리
왼쪽에 흰 핀을 꽂은 여자가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고
지팡이 짚은 할머니를 부축하는 여인도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데
어린 손자 홀로 영정 사진을 들고 갑니다
하룻밤 새에 누군가 떠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그 죽음 위에 삶을 포개고
꽃잎 지는 숨소리 고단해지는데
오후 다섯 시의 그림자가 짙은 걸음을 밀며
한 생애를 마감하는 중 이었습니다
벚나무 붉은 잎들도 머지않아
가을비에 어깨를 툭툭 털어낼 것 같습니다

 

 


벚꽃들의 행진    /용혜원

나를 환영하는 걸까
모두들 길가에 나와
겨우내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다 쏟아내며
손뼉치며 날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만 같다
봄날에 피어나는 꽃들 중에
가장 화려한 나들이에
가장 행복한 웃음을 웃는 꽃은
벚꽃이다
봄날에 벚꽃들의 행진이 시작되는
거리를 걸으면
왠지 사랑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벚꽃 잔치      /청학 김영전

4월이 오면 4월이 되면
진해의 군항은 벚꽃의 잔치가
축제가 벌어 지겠네
4월이 오면 장복산 터널으로
인산 인해 이루겠네
4월이 오면 전국의 상춘객
군항제에 36만 그루 벚꽃도
춤을 추겠네 벚꽃 향기에
젖어들겠지 봄의 신바람에
빠져들겠지

 


벚꽃 길     /書娥 서현숙

줄지어 선
가로수의 벚나무
겨우내
죽었던 가지에
물이 오르고
빨간 잎
하얀 잎
곱게 피었네
쑥스러운 듯
온몸을 감추더니
바람이 불 때마다
한 잎씩 떨어져
하늘하늘
꽃 비 되어 내리고
그 길 따라
연인들의 사랑도
함께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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