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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시모 음, 오월 좋은 시 모음, 5월 인사말

Good writing(좋은 글)

by 진주쌤컴교실 2024. 5. 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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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요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요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요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요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요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요
 
- 詩 이해인 -

 

 

오월의 그늘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팝나무―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김현승·시인, 1913-1975)



푸른 5월
 
청잣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女神)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香水)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친다.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시인, 1912-1957)
 


5월

시들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장미는 피지 않았을 거예요
 
질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나무는 초록을 달지 않았을 거구요
 
이별을 미리 슬퍼했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았겠지요
 
사랑이란 이렇게,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
 
5월의 장미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5월의 신록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당신을 향해 다시 피어나겠어요
당신을 향해 다시 시작하겠어요

(홍수희·시인)

 

 

오월의 노래 / 신진호

창을 타고 흐르는
오월에 내리는 비는
슬픈 가슴 물들이는
선연한 철쭉 빛 비

​속눈썹에 재잘대는
오월의 햇살은
슬픈 가슴 두드리는
환한 
보랏빛 햇살


오월의 신록 /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그해 오월은 / 김정호

하얀 꽃 한 송이
시들어간 오월
질긴 목숨 하나
불꽃이 되어 타오른다
세월은 흘렀어도
수천의 한 맺힌 통곡 소리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다
초록 향기마저 잊어진 그 해 오월
꽃보다 고운 소녀의 싸늘한 주검도
태양을 뱃속에 넣고 두 눈을 감지 못한
임산부의 한 많은 얼굴도
날카로운 단검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지만
그날 그 함성은
지금도 원혼으로 물결쳐와
시들어간 무덤 위에 무너져
우리들 가슴속에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다



푸르른 날에/윤슬사강순

바람에 날리는 향기가
스쳐 가는 경적에 청량감을 더하면
산 그림자 우쭐대며 들어온다

빽빽하게 들어찬 울창한 숲도
굴곡진 산허리에 오월을 입혔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푸르른 산의
정기는 누구의 작품일까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오월의 실록 앞에 가리어진다
아카시아 하얀 꽃이 탐스럽게

꽃들을 데리고 다니고
벌과 나비들이 신세계에
포-옥 빠졌다

오월의 훈풍으로 시름을 달래면
온전히 촉각을 곤두세워
세상을 다 가지려 한다

한없이 고운 미소로 응답하면서



 논물 드는 5월에 /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오월이 돌아오면 / 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5월의 다짐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정연복·시인, 1957-)



5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오세영·시인,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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