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차별 등으로 배움의 때를 놓쳐
'말'로만 살아야 했던 어르신들이
반세기 이상의 세월을 지나
서울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글을 배우며
새 삶을 시작하며 지은 시가 진한 감동을 주네요.
뒤늦게 한글을 배우신 어르신들의 서툴지만
정성이 담긴 글과 그림은 세계 어떤 명작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데요,
문해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와
세상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보세요!
출처 : 서울씨
이번 포스팅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지난 지난 9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한 '2021 서울지역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을 전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탁이 노래 가사 읽을 수 있어요.
영탁이에게 편지도 썼어요. (중략)
- 박영자 님(80세), 作 어머니 전상서 -
글 모르는 날 대신해 모든 일 앞장 서 주며
남편 기 살려준다고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하던
천사같은 내 집사람 (중략)
- 김종원 님(70세), 作 하늘나라 집사람에게 -
하늘나라 집사람에게-김종원 / 70세
어머니 전상서 - 박영자 / 80세
60년 만에 되찾은 여름 - 대신야학 김 련 / 67세
꽃 - 김영혜 / 70세
까망은 무지개 - 성동문화원 이현정 / 57세
글 만드는 쎄프 - 대신야학 안선재 / 79세
내 손 - 김금임 / 71세
행복을 담고 싶다 - 윤홍순 / 70세
엄마의 주름 - 노원여성교육센터 안유임 / 73세
글자 요리 - 정행자(69세)
원망 - 성북 장애인단체연합회 소망반 이병희(67세)
공부 안 해도 좋아 - 상일학교 초등1 최병임(86세)
김종원 / 70세
글 모르는 날 대신해
모든 일 앞장서 주며
남편 기 살려준다고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던
천사 같은 내 집사람
집사람 하늘나라 떠난 뒤
캄캄해진 세상으로 같이 가고 싶었죠.
용기 내어 나온 학교
글 배우고 공부하며
살겠다고 노력합니다.
하늘나라 집사람이
매일 바람되고 빗물되어
나에게 용기내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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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 / 80세
어머니 생각나느교?
8남매 굶기지 않을라고 동동 아등바등
어머니 주린 배는 살찔 틈도 없이
치맛자락 내려 갈치면 다시 꼭 동여메고
어머니 살 발라먹고 살아 내 지금 이래 사는데도
어머니가 없으니 그것이 서러워요
어머이, 내 나이 예순에요
아들 둘 딸 둘 키우고 이 정도면 성공했다 했는데도
제 까막눈이 부끄러워
손주 학습지 선생님 몰래 따라가
내좀 갈처 주이소 하려다 도망도 쳤으요.
어머니 내 나이 예순 다섯에요
글도 못쓰는 내 손이 그리 불쌍하더라요
어머니가 참말로 예쁘게 낳아주셔서
불쌍하면 안되는디
그래서 한글교실 찾아갔어요
어머니, 내가 한글을 15년을 공부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탁이 노래 가사를 읽을 수 있어요
‘영탁! 하는 일 잘 되길 바람!’
영탁이에게 편지도 썼어요.
글을 배우니 이제 내 이야기 밥 짓듯 지을 수 있어요.
어머니가 낳아준 내 손 하나도 안부끄러워요.
내몸 어디 하나 부끄런 곳이 없으요.
한글을 알았는데 내가 참말로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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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야학 김 련 / 67세
60년 전 무더운 여름 서러웠던 10살
육성회비 내라는 무서운 담임 선생님 피해다니다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서럽고 서러워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엄마를 찾았어요.
나 다시 학교 가고 싶어요 말하려구
엄마는 우리집에도 옆집에도 회관에도 없었어요
한참에야 엄마를 찾았어요
뜨거운 햇볕아래서
하루종일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하는 우리 엄마
차마 어린 마음에 나 다시 학교 가고 싶어요
말이 안나와요
서럽고 힘든 내 유년 시절
달콤한 소나기 한줄기만 내렸더라면
내 눈물도 우리 엄마의 땀도
그렇게 쓰진 않았을텐데
60년이 흘러서야 야학에 와
멈춰 있던 내 여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다
여름은 1년 한가운데니까
70살이지만 내 인생 아직 절반이나 남았어요
엄마 보고 있어요? 나 다시 학교에 가요
걱정마요 초등학교도 못나와 부족하지만
내 인생 절반 멋지게 공부할래요
그렇게 기다려도 내리지 않던 소나기가
야학교 다녀 주룩주룩 련이의 마음속
지난 세월을 씻어줍니다.
이젠 우산 써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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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혜 / 70세
눈 길 닫는 곳마다
꽃들이 만발했네
팝콘을 튀겨 놓은 듯이
소복소복 쌓인 이팝나무
지금의 이팝나무
전에도 피었건만
전에 핀 이팝나무
윗목의 찬밥과 같더니
행복학교 다니며 보니
소복한 이팝나무
참나무 장작으로 지어올린
아랫목의 따뜻한 쌀밥처럼 보이도다
비록 늦깎이 중학생이지만
지금이 내 생에서 가장 벅찬 나날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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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문화원 이현정 / 57세
당신을 모를 때
온 세상은 까망이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까망이었습니다.
간판은 깜깜
아들 딸 동화책도 깜깜
내 마음까지 까망
그래서 온 지구마저 까망
당신을 알게 되니
온 세상이 빨주노초파남보 입니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빨주노초파남보입니다.
간판은 빨주노초
동화책은 파남보
내마음은 울굿불굿한
빨주노초파남보
까망은 까망이 아니었습니다
무지개를 볼 수 있게 하는
행복의 디딤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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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야학 안선재 / 79세
6.25사변으로 가난으로 학교 못 가고
부엌데기하며 장독 위에 앉아 울 때면
학교 갔다 와서
일기 쓰고 시 쓰는 애들이 부러웠다
저애들은 글자로 자기 마움을 만드는구나
나는 글 몰라 청국장 만드는구나
세월 지나니
텔레비전에 부엌데기도 쎄프라 불러주네
70년 부엌에서 음식만 하니
손맛 좋다고 소문났는데
이젠 야갛 다니며 글도 쓰니
글 만드는 소문난 쎄프나 되볼가
어디 내 글맛좀 볼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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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임 / 71세
어린 시절
내 손에
연필이 아닌
빨랫감이 있었고
소녀 시절
내 손에
책가방이 아닌
가족의 생계가
있었고
엄마가 된 후
내 손에
자식들의 앞날이
있었고
지금 내 손에
연필과 책이
있네
이제야
내 손에
연필과 책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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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순 / 70세
어린 시절 살았던
서울 산동네 아현동
먹을 것이 없어서 굶기가 일쑤였다
동네에서 커다란 솥에다
옥수수 가루로 죽을 쑤어
한 바가지씩 양재기에 나누어 주었다
참 배가 고팠던 양재기였다
마포에 아파트를
짓는다며 시끌벅적하던 그 해
무료로 가르쳤던 공민반이
없어지면서 육성회비를 내라고 했다
오백환 육성회비가 없어서 학교를 그만 두었다
정말 많이 울게 했던 육성회비 봉투였다
가난해서
못 배워서
나의 삶은 항상 눈물로 가득했었다
이제는 내 인생의 아픔을 모두 비우고
배움으로 행복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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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여성교육센터 안유임 / 73세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갔다
할아버지는
학교가는 내 책복을 빼아사
아궁지에 넣었다
돈도 없는데 무슨 학교냐며
책이 탈까바 아궁지에서 꺼내는 엄마를
할아버지가 밀쳤다.
엄마 이마에 굵인 상처가 생겼다
학교 가는 친구가 부러워
땅 바닥에
안유임 안유임 안유임
내 이름만 쓰고 또 쓰다
그래도 학교에 보내주지
엄마를 원망했다
엄마!
나 책도 읽고 글도 쓸줄 알아요
원망도 사라졌어요
이재 아흔다섯 울엄마아궁지 앞에서 생긴 이마의 생채기
굵은 주름살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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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행자(69세)
나는 요리 경력 30년
이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순댓집 주인
자다가 일어나서
끓여도
찌개에 뭘 넣어도
사람들은 맛있다고 한다.
이런 나에게도
못하는 요리가 있으니
바로 글자 요리
어디에
무슨 받침을 넣어야 하는지
배워도 까먹고
넣어 보면
맛이 이상하다.
오늘도
공책에 이 글자 저 글자
넣어
글자 요리를 한다
보글보글 맛난 요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나는 계속 배우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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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장애인단체연합회 소망반 이병희(67세)
나 공부 안 가르쳐서
아버지 미쳤다
지금부터는 원망 안한다
왜냐하면
지금 문해교실에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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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일학교 초등1 최병임(86세)
공부 안 해도 좋아
친구만 있어도 좋아
그래도 오늘은
한 글자 배웠어
태어나 제일 배부른 날
오늘!
아래 영상으로 보시면
더욱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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