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로 춥지요~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북극발 한파가 전국을 덮치면서
곳곳에서 한파가 남긴 흔적들이
역대 가장 추운 날을 기록했습니다.
강추위, 한파, 추위에 관한 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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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오보영
얼어버렸다 모든 게 다
숲도 나무도..
산새 울음도
다 그쳐버렸다
휘몰아친 북풍 회오리에
마구잡이 파헤치는 두더지들 등살에
숲에 사는 모두의
머리가
가슴이
다 굳어버렸다
한파/초암 나상국
갈대가 길게 드러누워
가만히 숨죽이던 밤
달빛은 저리도 처연한데
저 멀리
골짜기 헤매던 고라니 울음소리
강둑으로 내려와
언 강물에 그림자 깊게 드리우니
바람소리도
손 시리게 화답을 한다
마지막 잎새 떨어지 듯
멀어져 간
그 사람 소식은 알 수 없고
발만 둥 둥 둥 출렁다리 건너 듯
구름 속을 헤매는데
겨울밤은
또 왜이리도 춥기만 한가
주머니 속 맞잡았던
따뜻했던 체온은
가슴속에
깊은 문신으로 남았는데
오돌돌 돌 한기가 엄습해 온다
추위/이재환
담배도
안 피웠는데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오고
손이
나두 모르게
자꾸
호주머니에 들어간다
급한 일도 없는데
발걸음은
나두 모르게
종종걸음 되고
운동
나가야 되는게
점점
게으름 피우게 된다
강추위 단상(斷想)/임재화
먼 산자락 저만치서 불어와
치켜세운 옷깃을 열어젖히고
귓가에 쌩하고 스치는 찬바람
얼굴마저도 스쳐 지날 때
날 선 면도날같이 날카롭다.
코끝으로 다가오는
싸늘한 향기는 너무나 맵고
꽁꽁 언 손을 녹이려고 맞잡고
호호 불면서 두 손을 비벼 녹인다.
온종일 성난 북풍은
사정없이 숲에서 불어오고
모든 것 아낌없이 내놓은
겨울 나뭇가지 위에 걸려있는
잿빛 구름도 몹시 차갑다.
한파/靑心 장광규
인자하신 할아버지
몹시 화가 나셨다
말없이
할아버지 얼굴만 쳐다본다
누군가 군불을 때기 위해
아궁이에 청솔가지를 넣었나 보다
매운 연기 사방으로 번져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난다
맞기보다 기다림이 더 떨리는
계급 순으로 줄 서서
맞는 매
지금 그 순간이다
동장군(冬將軍)/주응규
달빛마저 움츠려 떨고 있는 밤
싸늘한 눈초리에 냉기 오싹한
서슬 퍼런 동장군은
문풍지 틈새를 비집어 든다
군불 땐 여염집 구들방을 점거하여
제 몸 편히 눕히고자
이 집 저 집을 들쑤셔 다니는 불청객
곱잖은 눈으로 싸느랗게 흘기는
뭇 님네의 매몰찬 괄시에
시름시름 기력 잃어가는
동장군의 눈물방울에
봄이 가물가물 피어난다.
동장군/이환규
햇빛 좋은 겨울날
보이지 않는 바람 불어와
앙상한 가지 흔들어 놓는다
한파에 시려운 손
입김 호호 불어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달려오는 동장군의
말고삐를 틀어쥐어
엉덩이 내려쳐 돌려보낸다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시선은 저만치 살짝 던져두고
먼발치서 살포시 새해를 맞이한다
한파2/권오범
애정결핍증 걸려 죽은 영혼들인지
따듯한 품속이 그리운 듯
막무가내로 파고드는
징글맞은 것들
강물 만나 뛰어들려다 밤새 거절당해
제풀에 지친 게 분명하다
가라앉지도 못한 채 서로서로 허옇게 끌어안아
되레 강 이불이 된 걸 보면
마루 밑에서 서성대던 맥주병 속으론
도대체 어떻게 들어갔을까
숨 막히는 사랑 감당 못해 폭발해버린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한파 (寒波)/허욱도
겨울이 머무는
봄 언저리에 서 있다.
냉골이 되어버린 세상
어디가 윗목인지 아랫목인지 모르겠다
불 지피면 없어질는지
한숨도 얼어버린 세상
무엇이 입김인지 한숨인지 모르겠다
후 불면 녹아질는지
강도 얼고
내 마음도 얼었다.
이 추운 날에/정란희
정처 없이 걷고만 있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걷고 있다
전화벨 소리에 가슴 속 담이 무너져 내린다
가지 않으련다. 이 끊을 수 없는 윤회의 길을
또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벽돌을 주워서 담을 쌓아 올린다
살가죽 에이는 이 추운 날에도
그대 목소리에 봄날이 찾아왔다
수십 년간 기다려왔던 그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도 늦어있었다
흩어진 담을 또다시 쌓아 올렸다
난 이미 연꽃 세상에 발을 들여다 놓았으니
억겁의 사랑을 끊으리라
억 급을 기다린 그대
누수가 큰 바위에 구멍이 내고
바늘방석 위를 걷는 고통을 견디며
이생까지 천년을 기다렸다오
당신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팠소
첫눈에 알아봤으니까
저 멀리서 다가가지도 못한 채
오늘도 먼발치에서 눈물만 흘리네
그대의 모습만 봐도 행복했지만
이생도 다가갈 수 없는 그대
아직도 천년의 아픔을 이겨내고
그대를 잊고 윤회를 끊으리라
몹시도 추운 날 /조서연
그대 보낸 날
날은 추운데 그 자리에
한참을 비석처럼 서 있었다
지나가는 바람이 옷깃을
세워주며 그만 가야지
등을 떠밀어 한데
서 있었다는걸 그제야 알았다
또다시 혼자 차갑게 언
현관문을 여는 게 그런 날은
귀찮고 몹시도 짜증스러웠다
사는 것은 늘
떠나보내는 것이기에
냉정하게 독해져야만 하는 것인데
가끔은 너무 추워 죽을 것만 같다
그런 날은 하릴없이
긴 속눈썹을 한 올씩 뜯어
촛불에 태운다
그럼 눈물이 촛농처럼 흘러
붉은 강물에 닿는다
너무 추워요/윤향근
어두운 새벽 길
살을 에이는 추위
발밑 바닥은 꽁꽁 얼어
흔들흔들 걸음을 춤추게 해
두 손 입김에 풀릴가
연신 호호를 외쳐
잠시 달콤한 따스함이 녹아들어
전해오는 입가에 미소는 잠깐
이내 손끝에 전해오는
찬 바람에 아픔
두 손은 어느새
주머니 속 깊숙히
체온으로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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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따뜻한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추울때 생각나는
온갖 따끈, 뜨거운 것들의 사진과 영상입니다.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겨울날의 선물/윤보영
날이 추웠다 풀렸다
변하는 날씨따라
옷 갈아입어야지
장갑에 스카프 둘러야지
번거롭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적당한 변화는 좋다
날씨 핑계로
그대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고
따뜻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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