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1 한글날 더욱 특별한 전시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세계 어떤 명작보다 더 큰 감동

좋은글 감동글

by 진주쌤컴교실 2021. 10. 14. 22:39

본문

728x90
반응형

가난과 차별 등으로 배움의 때를 놓쳐 

'말'로만 살아야 했던 어르신들이 

반세기 이상의 세월을 지나

서울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글을 배우며

새 삶을 시작하며 지은 시가 진한 감동을 주네요.

 

2021 한글날 더욱 특별한 전시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들을 모아 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뒤늦게 한글을 배우신 어르신들의 서툴지만 
정성이 담긴 글과 그림은 세계 어떤 명작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데요,


문해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와 
세상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보세요!

출처 : 서울씨

 

 

이번 포스팅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지난 지난 9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한 '2021 서울지역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을 전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탁이 노래 가사 읽을 수 있어요. 
영탁이에게 편지도 썼어요. (중략)
- 박영자 님(80세), 作 어머니 전상서 -

 

 

 

 

글 모르는 날 대신해 모든 일 앞장 서 주며
남편 기 살려준다고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하던
천사같은 내 집사람 (중략)
- 김종원 님(70세), 作 하늘나라 집사람에게 -

 

 



하늘나라 집사람에게-김종원 / 70세
어머니 전상서 - 박영자 / 80세
60년 만에 되찾은 여름 - 대신야학 김 련 / 67세
꽃 - 김영혜 / 70세
까망은 무지개 - 성동문화원 이현정 / 57세
글 만드는 쎄프 - 대신야학  안선재 / 79세
내 손 - 김금임 / 71세
행복을 담고 싶다 - 윤홍순 / 70세
엄마의 주름 - 노원여성교육센터 안유임 / 73세
글자 요리 - 정행자(69세)
원망 - 성북 장애인단체연합회 소망반 이병희(67세)
공부 안 해도 좋아 - 상일학교 초등1 최병임(86세)

 

 

 

 

 

 

하늘나라 집사람에게

김종원 / 70세

 

글 모르는 날 대신해

모든 일 앞장서 주며

남편 기 살려준다고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던

천사 같은 내 집사람

 

집사람 하늘나라 떠난 뒤

캄캄해진 세상으로 같이 가고 싶었죠.

 

용기 내어 나온 학교

글 배우고 공부하며

살겠다고 노력합니다.

하늘나라 집사람이

매일 바람되고 빗물되어

나에게 용기내라 말합니다.

 

----------

 

 

 

 

 

어머니 전상서

박영자 / 80세

 

어머니 생각나느교?

8남매 굶기지 않을라고 동동 아등바등

어머니 주린 배는 살찔 틈도 없이

치맛자락 내려 갈치면 다시 꼭 동여메고

어머니 살 발라먹고 살아 내 지금 이래 사는데도

어머니가 없으니 그것이 서러워요

 

어머이, 내 나이 예순에요

아들 둘 딸 둘 키우고 이 정도면 성공했다 했는데도

제 까막눈이 부끄러워

손주 학습지 선생님 몰래 따라가

내좀 갈처 주이소 하려다 도망도 쳤으요.

 

어머니 내 나이 예순 다섯에요

글도 못쓰는 내 손이 그리 불쌍하더라요

어머니가 참말로 예쁘게 낳아주셔서

불쌍하면 안되는디

그래서 한글교실 찾아갔어요

 

어머니, 내가 한글을 15년을 공부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탁이 노래 가사를 읽을 수 있어요

‘영탁! 하는 일 잘 되길 바람!’

영탁이에게 편지도 썼어요.

 

글을 배우니 이제 내 이야기 밥 짓듯 지을 수 있어요.

어머니가 낳아준 내 손 하나도 안부끄러워요.

내몸 어디 하나 부끄런 곳이 없으요.

한글을 알았는데 내가 참말로 좋아졌어요.

 

 

---------

 

 

 

 

60년 만에 되찾은 여름

대신야학 김 련 / 67세

 

60년 전 무더운 여름 서러웠던 10살

육성회비 내라는 무서운 담임 선생님 피해다니다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서럽고 서러워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엄마를 찾았어요.

나 다시 학교 가고 싶어요 말하려구

엄마는 우리집에도 옆집에도 회관에도 없었어요

한참에야 엄마를 찾았어요

뜨거운 햇볕아래서

하루종일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하는 우리 엄마

 

차마 어린 마음에 나 다시 학교 가고 싶어요

말이 안나와요

서럽고 힘든 내 유년 시절

달콤한 소나기 한줄기만 내렸더라면

내 눈물도 우리 엄마의 땀도

그렇게 쓰진 않았을텐데

 

60년이 흘러서야 야학에 와

멈춰 있던 내 여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다

여름은 1년 한가운데니까

70살이지만 내 인생 아직 절반이나 남았어요

 

엄마 보고 있어요? 나 다시 학교에 가요

걱정마요 초등학교도 못나와 부족하지만

내 인생 절반 멋지게 공부할래요

그렇게 기다려도 내리지 않던 소나기가

야학교 다녀 주룩주룩 련이의 마음속

지난 세월을 씻어줍니다.

 

이젠 우산 써야 겠어요.

 

 

-------------

 

 

 

김영혜 / 70세

 

눈 길 닫는 곳마다

꽃들이 만발했네

 

팝콘을 튀겨 놓은 듯이

소복소복 쌓인 이팝나무

 

지금의 이팝나무

전에도 피었건만

 

전에 핀 이팝나무

윗목의 찬밥과 같더니

 

행복학교 다니며 보니

소복한 이팝나무

참나무 장작으로 지어올린

아랫목의 따뜻한 쌀밥처럼 보이도다

 

비록 늦깎이 중학생이지만

지금이 내 생에서 가장 벅찬 나날이로다.

 

 

 

 

----------

 

 

 

까망은 무지개

성동문화원 이현정 / 57세

 

당신을 모를 때

온 세상은 까망이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까망이었습니다.

 

간판은 깜깜

 

아들 딸 동화책도 깜깜

내 마음까지 까망

그래서 온 지구마저 까망

 

당신을 알게 되니

온 세상이 빨주노초파남보 입니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빨주노초파남보입니다.

 

간판은 빨주노초

동화책은 파남보

 

내마음은 울굿불굿한

빨주노초파남보

까망은 까망이 아니었습니다

무지개를 볼 수 있게 하는

행복의 디딤돌이었습니다.

 

 

 

----

 

 

 

글 만드는 쎄프

대신야학 안선재 / 79세

 

6.25사변으로 가난으로 학교 못 가고

부엌데기하며 장독 위에 앉아 울 때면

 

학교 갔다 와서

일기 쓰고 시 쓰는 애들이 부러웠다

 

저애들은 글자로 자기 마움을 만드는구나

나는 글 몰라 청국장 만드는구나

 

세월 지나니

텔레비전에 부엌데기도 쎄프라 불러주네

70년 부엌에서 음식만 하니

손맛 좋다고 소문났는데

 

이젠 야갛 다니며 글도 쓰니

글 만드는 소문난 쎄프나 되볼가

어디 내 글맛좀 볼텨?

 

 

 

-----------

 

 

 

내 손

김금임 / 71세

 

어린 시절

내 손에

연필이 아닌

빨랫감이 있었고

 

소녀 시절

내 손에

책가방이 아닌

가족의 생계가

있었고

 

엄마가 된 후

내 손에

자식들의 앞날이

있었고

 

지금 내 손에

연필과 책이

있네

 

이제야

내 손에

연필과 책이

있네

 

 

 

-------------------

 

 

 

 

 

행복을 담고 싶다

윤홍순 / 70세

 

어린 시절 살았던

서울 산동네 아현동

먹을 것이 없어서 굶기가 일쑤였다

동네에서 커다란 솥에다

옥수수 가루로 죽을 쑤어

한 바가지씩 양재기에 나누어 주었다

참 배가 고팠던 양재기였다

 

마포에 아파트를

짓는다며 시끌벅적하던 그 해

무료로 가르쳤던 공민반이

없어지면서 육성회비를 내라고 했다

오백환 육성회비가 없어서 학교를 그만 두었다

정말 많이 울게 했던 육성회비 봉투였다

 

가난해서

못 배워서

나의 삶은 항상 눈물로 가득했었다

이제는 내 인생의 아픔을 모두 비우고

배움으로 행복을 담고 싶다

 

 

--------

 

 

 

엄마의 주름

노원여성교육센터 안유임 / 73세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갔다

할아버지는

학교가는 내 책복을 빼아사

아궁지에 넣었다

돈도 없는데 무슨 학교냐며

책이 탈까바 아궁지에서 꺼내는 엄마를

할아버지가 밀쳤다.

엄마 이마에 굵인 상처가 생겼다

학교 가는 친구가 부러워

땅 바닥에

안유임 안유임 안유임

내 이름만 쓰고 또 쓰다

그래도 학교에 보내주지

엄마를 원망했다

 

엄마!

나 책도 읽고 글도 쓸줄 알아요

원망도 사라졌어요

 

이재 아흔다섯 울엄마아궁지 앞에서 생긴 이마의 생채기

굵은 주름살로 남았다

 

 

 

------------------

 

 

 

 

 

글자 요리

정행자(69세)

 

나는 요리 경력 30년

이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순댓집 주인

 

자다가 일어나서

끓여도

찌개에 뭘 넣어도

사람들은 맛있다고 한다.

 

이런 나에게도

못하는 요리가 있으니

바로 글자 요리

 

어디에

무슨 받침을 넣어야 하는지

배워도 까먹고

넣어 보면

맛이 이상하다.

 

오늘도

공책에 이 글자 저 글자

넣어

글자 요리를 한다

보글보글 맛난 요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나는 계속 배우며 살아갈 것이다

 

------------

 

 

 

 

 

원망

성북 장애인단체연합회 소망반 이병희(67세)

 

나 공부 안 가르쳐서

아버지 미쳤다

지금부터는 원망 안한다

왜냐하면

지금 문해교실에서 공부한다

 

 

-------

 

 

 

공부 안 해도 좋아

상일학교 초등1 최병임(86세)

 

공부 안 해도 좋아

친구만 있어도 좋아

 

그래도 오늘은

한 글자 배웠어

 

태어나 제일 배부른 날

오늘!

 


 

아래 영상으로 보시면

더욱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