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촛불기도 / 이해인
첫 번째는 감사의 촛불을 켭니다.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두 번째는 참회의 촛불을 켭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 못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합니다
세 번째는 평화의 촛불을 켭니다.
세계의 평화, 나라의 평화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촛불을 켜면
이 세상 사람들이 가까운 촛불로 펄럭입니다
네 번째는 희망의 촛불을 켭니다.
한 해가 왜 이리 빠를까?
한숨을 쉬다가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네
반가워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힘찬 목소리로 부르렵니다
겸손히 불러야만 오는 희망
꾸준히 갈고 닦아야만 선물이 되는 희망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촛불 속에 춤추는 저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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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편지 / 이해인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요
한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흘이 하며
나에게 마음을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 못을 뉘이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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