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2월에 좋은글, 12월의 반성문 [이해인], 연말 인사말 좋은글, 송년 좋은글, 한 해를 돌아보며

Good writing(좋은 글)

by 진주쌤컴교실 2023. 12. 12. 13:43

본문

728x90
반응형

 

12월의 반성문 [이해인]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내 마음속에 있는 일곱 개의 하얀 문으로 잠시 들어가려합니다.
 
첫 번째, 감사의 문을 열어봅니다. 나날의 감사가 너무 겉돌거나 피상적인진 않았는가 반성해봅니다. 매사에 감사하다고 말은 쉽게 하면서도진정 감사하는 사람답게 사람들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고 따뜻한 긍정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나 자신이 감사하기 보다는남에게 감사하라는 주문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의 상황을 잘 헤아리지도 못하고 감사를 강요한 주제 넘은 발언과 행동을 용서하십시오.
 

 


두번째, 용서의 문을 열어봅니다. 순간미다 마음을 넓게 열고 신앙을 단단하게 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을 그 누구를 용서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남에게 누구를 용서하라는 주문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것도새롭게 배웁니다.
 
종교적인 이유로라도 어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 부르게 개입하여 용서와 화해를 독촉하기 보다는 가만히 지켜보며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어는 순간 용서에 이를 수 있길 기도하면  될 것입니다. 자신도 실천을 잘하지 못하면서 남에게 용서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던 경솔함을 용서하십시오.
 

 


세번째, 기쁨의 문을 엽니다. 지난 일년 동안 기쁘게 살겠다고 나름대로 결심은 세웠으나 내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더 멀게 세계에서 일어나는 아픈  일슬픈 일들을 핑계로 웃음과 기쁨을 멀리하고 살았습니다.
 
마음이 여유가 없는 탓에 웃는 일에 인색하여 우울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어 옆 사람까지도 불편하게 만들었음을 용서하십시오.
 

 


네번째, 인내의 문을 열어봅니다. 삶의 길에서 필요한 참을성과 끈기가 부족한 나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여 인간적으로 노엽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잘 참이 낼 수 있었던 순간들도 꽤 많이서 흐뭇했습니다.
 
그러나 그 인내는 넉넉하고 여유 있고 따스한 사랑이 결여된 메마른 인내였음을 반성하며 용서를 청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순하고 즐겁고 너그러운 마음과 표정으로 인내하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다섯번째, 사랑의 문을 열어봅니다. 이론과 말로만이 사랑이 아니라 이왕이면 좀 더 구체화한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함께 사는 이들에게는 때에 맞는 애덕의 행위를 찾아 하려고 애썼지요. 모든 이를 차별 없이 환대하도록 노력한 보람도 느낄 수 있어 기뻤답니다.
 
문화와 종교의 차이를 뛰어 넘어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그들이 하는 말을 정성껏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우정이 싹트는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때로는육체적인 피곤함을 드러내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기분에 치우쳐 사랑 부족한 만남으로 상대를 서운하게한 일도 많았음을 용서합시오.
 

 


여섯 번째, 겸손의 문을 열어봅니다. 내 마음이 수첩속에도 내가 일하는 공간의 어느 돌맹이 위에도새겨둔 겸손이라는 아름답고도 부드러운 그 단어그러나 돌이켜보니 단 한 번도 올바르게 겸손한 마음을 지니거나 겸손한 사람이 되지 못 했음을 부끄럽게 고백하며 용서를 청합니다.
 
지금 껏 그리 했듯이 앞으로도 진정 겸손한 사람들을 본 보기로 삼고 더 열심히 내가 작아지되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겸손 실습을 다시 해보렵니다.
 

 


일곱 번째, 기도의 문을 열어봅니다. 평생을 누구보다 더 많이 더 깊게 기도할 수 있는 삶을 스스로 선택해 놓고도 실은 여태 껏 제대로 기도하지 못해 고민이 많은 기도의 열등생입니다. 시간이 없어서도 아닌데도기도 시간을 충분히 떼어놓지 못한 게으름을 용서하십시오.
 
아름다운 의무로 감당해야 할 공동 기도 외에도별도로 부탁 받은 기도가 하늘에 별과 같이 많건만 대답만 해놓고 숙제를 못 했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기도의 길 위에 서서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준비하는 이 마음 또한 기도이길 청하며 자비를 베푸소서.
 
가슴을 침니다. 부르기만 하면 낮게 내려 앉는 12월의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또 한 번의 새해가 문을 열어주니 고맙습니다. 잘해 볼께요 
 
[이해인수녀 - '기다리는 행복' 중에서]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