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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좋은 글 | 부부 : 최석우,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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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쌤컴교실 2014. 5.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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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날 좋은 글

부부 - 최석우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경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 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어느 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 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 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서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최석우 시인의 '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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