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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봄비 소리 , 봄비에 관한 시 모음

Good writing(좋은 글)

by 진주쌤컴교실 2023. 4. 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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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봄비가 오고 있네요

 

 

봄비에 관한 시모음

 

 

봄비의 시샘        /虛天 주응규

 

봄 너에게 나 얼큰하게 취해

내 마음 헤어 나오지 못하던 날

봄 그대 와 나를 시샘하는 비가 내린다

 

비야 너 내리는 것은 나 알 바 아니지만

활짝 피어난 고운 님 다칠세리

나 안절부절못한단다.

 

비야 너로 인하여

내 님 다치면 안 되는데 어찌하면 좋으니

 

내 맘이 어찌할 바 몰라

비가 우리를 갈라놓기 전

나 한잔 커피에 봄 향 가득 풀어 넣어

내 너를 마셔 고이 간직하련다.

 

봄아

비가 너를 쓸어 가기 전

나 너를 내 몸 안에 품으련다.

 

 

 

봄비            /황경식

 

붕괴는 내부에서 일어난다

물어 뜯겨서가 아니라

흔들림에 의해서

조금씩 금이 가고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잿빛 할미꽃잎 위에

봄비가 내린다

 

무너져 내리던 젖은 언덕을

한없이 또 무너져 내리게 하며

아무런 色도 머금지 않은

봄비의 혓 바닥끝에서

충혈 된 붉은 꽃망울과

초록 잎사귀들 울고,

샛노란 망치질하며

 

병아리 잔등 위에도, 봄비는

잔혹하게 떨어진다

주머니 바깥으로 나와 흔들리는

우리들의 따분한 손목 위에도

핏물처럼 스며 번지는 봄비

우리의 영혼을 천천히 녹이는 봄비

色色의 눈물을 흘리며

 

담장 너머 빨래들이며

쉴 곳을 잃고 놀란 나비, 망연자실이다

피다 만 백목련, 자목련도 망한다

꿀을 탐할 수 없는 벌들도 풀죽으리라

폭포처럼 일시에 쏟아지는 色이여

푸른 깃발 힘껏 지상으로 휘두르며

불온한 煽動 밤새 꿈꾸는 봄비여

 

 

 

봄비 소리에           /최병창

보이지 않는 진동이 
마법의 순간처럼 흐르고 있었네

겨울이 풀려날 즈음, 신기하게도
온몸의 세포가 느린 행진을 시작하고 
겨우내 묵혀 두었던 살갗 위 비늘들이 
서서히 떨어져나가는 시점에

스멀스멀 온기가 온몸으로 살아나듯
채 마르지 않은 
낱말들이 미동하듯 흘러내리고 있네

목마름에 눈뜨려는 빗소리를 
기다리지 않은 생명 어디 있겠는가
소리마저 미끄러지듯 봄비가 흘러내리네

끌어 안듯 속내까지 흠뻑 적시며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장맛비보다
겨우내 묵혀둔 머릿결 잔잔히 빗어 내리듯
소리마저 외롭다고 서툴게 뒤척이는 
그래서 흠모하며 집중하는 봄비인가보네

기억해야할 이유가 있어 
꽤 오랜 시간을 다듬은 순간,
누구라도 기다림을 살필 자유는 있는 것

봄비가 소리처럼 내리고 있네
소리가 봄비처럼 내리고 있네,
이 비 그치면 눈을 뜬 새싹들은 
펴지 못한 날개를 다독일 테고 
먼데 소리로 닫혀있던 눈과 귀도 불러들일 것이네. 

 

 

첫 봄비 내리는 날의 기억       /문충성

 

꽁꽁 얼어붙었던 하늘아

참았던 울음 탁 터놓아

엉킨 실타래 풀려나가듯

내리는 솜털 같은 첫 봄비

하늘아, 조금 성급했니?

무지개도 먼 산에 걸어두고

봄바람도 먼 들판에 재워놓고

꽁꽁 얼어붙었던 땅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거라

가슴속에 키워온

모든 슬픔의 씨앗들

죽어 살던 고통의 뿌리들

연초록 빛으로 꽃 피어나게 하라

솜털 같은 첫 봄비 내린다

온갓 새들아

비 내리는 하늘로 파닥파닥

모두 나래 활짝 펴 날아오르라

새봄 새파랗게 찢어놓아라

이승의 끝을 절룩여온 봄바람아

무지개야 하늘 가득 차오르라

봄 나비들아 나를 깨워내다오

저 아득히 먼 연두빛 기억 속에서

 

 

 

봄비           /정찬열

 

촉촉한 봄비

대지를 적신다.

일깨우려는 새 생명에

갈증 든 나뭇가지 적시어 흔드는 비

보리밭 들녘의 봄을 훔쳐 깨운다.

 

깨어나려고

일찍 뜬눈을 부지런 떤다

칼칼한 목 줄기 허기진 새벽

보리밭도 누런 잎을 탈탈 털고 일어선다.

 

한눈팔던

잡초들도 덩달아 일어나려 기를 쓴다.

얼굴에 둘러쓴 먼지 털어내려고

기지개를 켜면서 눈망울 크게 뜬다.

 

세월이 배달한 나뭇가지에

새잎을 틔우는 실눈을 뜨고는

늦잠 든 바람에 실려 오는 봄비

산과 들을 헤매며 부활을 엮는다.

 

 

 

봄비 속을 걷다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봄비            /이상복 

 

누군가 창밖에서

경쾌한 물의 왈츠를 추고 있다

피아노 건반의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사분의삼박자 리듬에 맞춰

 

부드럽게 발끝을 바닥에 사선으로

톡톡 치며

가볍게 손바닥을 터치하며

한 바퀴 커다랗게 둥근 원을 그리고 돌며

서로가 서로를 적당한 거리에서

상냥하게 바라보며 보듬으며

반갑다고 꾸벅 대지에 인사하며

 

자박자박 똑똑 딱딱

잠의 메마른 대지의 감성을 일깨우는

섬세하고 따사로운 어머니의 손 

 

 

 

 

나로도* 봄비        /정홍순 

 

비 맞은 꽃이 더 예쁘다면서

음악을 얹어 사진을 띄웠다

 

꽃이 걸고 있는 저 빗방울은

물 좋은 새벽 비란 것을 알겠다

 

광어랑 농어 수족관에 넣고

칼을 문지르는

나로도 일육수산 여자가

흔들어대는 진주귀고리 닮았다

 

사양도 동백꽃 꺾어 물고

갈매기 날아와

쑥섬에 같이 젖어 흐르는

 

자르르 물 구르는 소리에

바다가

비에 젖어 핀다는 것을 알겠다

 

*전라남도 고흥군 동일면과 봉래면을 이루는 섬.

 

 

 

봄비          /박신규​

 

늦잠 잘 때 내린다

낮잠 잘 때에 내린다

 

어머니 목소리 창가에 듣는다

하이고―

게으름쟁이 잠 자알 오게 비가 오신다 잉

 

 

 

 

봄비는 추억을 데려오고      /나영애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산만한 덩치

듬직해 보이던 모습은

무거워 보였다


나를 후끈하게 했고

술렁이게 하고

손 끝 스침에

내 몸은 스프링이 되었지


우리 사이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였지만

탱탱하던 오감


보이지 않던 그것이 내게 와

감정을 쥐락펴락 하더니

손가락 사이

시간 빠져나가 듯 사라졌다


뜨거움도 울렁거림도

질투도 죽고

팔짝 뛰어오르던 자리에


꼼발로 내리는 봄비

 

 

 

 

봄비          /김남환 


하늘의 총명이
어둠을 허물고 있네.


그윽이 사르는
첫새벽을 발원(發願)하여


맺힌 꿈
속속들이 풀고
한마당
차는 것이여.

 

산허리를 간질이며
흰 여울을 일으키며


소리죽여 흐르는
저 보석들의 강(江)


그 겨울
허망한 자리
봄이
쌓이고 있네.

 

 

 

 

봄비           /고증식

텅 빈 들에

그대 조용한 발자국

숨죽인 뼈마디에 가락으로 솟는

저 잎새들의 어깨춤을 보아라

혹한의 세월 건너온

소박한 새날의 첫 입맞춤이여

잔잔한 눈길로

새싹 한 떨기 바라보게 하는

그대, 반짝이는 생명의 눈물이여

 

 

 

 

봄비 내리는 날엔       /청운 손미경

 

창가에 봄이 오는 소리가

가슴 간지럽게 다가설 때마다

당신이 보고 싶어집니다

 

저 먼 곳에서도 나를 볼 수 있을까

 

문득

날 부르는 감미로운 목소리

뒤돌아보니 바람 소리였습니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세월이 흘러도 제 가슴속에는

잊지 못할 첫사랑인 당신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봄비 내리는 날엔

제 마음속에 고인 눈물처럼

창가를 바라보며 추억에 젖어 듭니다

 

언제나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랑은 당신뿐이라는 것을

애절하게 띄워봅니다

 

죽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봄비          /이사람

 

밭일 오가며

알고 지냈는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이면

엄마 무덤에

 

들꽃 몇 송이

두고 간다

 

 

 

 

봄비         /문태준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봄비 온다

어진 마음의 봄비 온다

 

 

 

봄비         /巨松 경규민

 

밤새

갈증을 풀어 주는

봄비가 축축이 내렸다

 

너무도 기다렸다는 듯

클라이맥스 열정으로 쏟아낸 흔적들

여기 저기

파릇파릇

울긋불긋

 

봄비

봄비는

음양과 자연을 接木시키는 마중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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