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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에 대한 시 모음, 수국 시 모음, 수국을 보며 이해인, 수국 사진 모음

Good writing(좋은 글)

by 진주쌤컴교실 2022. 6. 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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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水菊)에 관한 시 모음

 

차례

산수국 / 허형만

나비와 산수국 / 홍은택

수국 / 고영민

수국 (水菊) / 권혁웅

수국 / 이관묵

수국 / 이문재

수국(水菊)을 보며 / 이해인

수국밭에서 / 이외수

수국 앞에서 / 정병근

꽃보다 귀한 여인(노래) / 송창식

 

 

산수국 / 허형만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지고 오졌던 시절

한 삶이 아름다웠지

한 삶이 눈물겨웠지

- 허형만, 『가벼운 빗방울』(작가세계, 2015)

나비와 산수국 / 홍은택

부도탑 아래 산수국이 피었다

연보라빛 잔별처럼 핀 참꽃들을 에워싸고

꿈결인 듯 하늘거리는 헛꽃 잎들

영락없는 나비 날개다

나비는 피어오르는 는개 속을 날고

헛꽃과 참꽃의 윤곽이 흐려지고

발목 젖은 미끈한 적송들 사이로

희끗, 장주莊周의 옷자락을 본 듯하다

장마철 산사, 낮잠에서 깨어

- 홍은택,『노래하는 사막』(서정시학, 2014)

수국 / 고영민

비가 와 수국(水菊) 향은 더 짙어지고

그 향이 당신에게 다녀가는 동안

수국은 고스란히 비어 있지

에돌고 에돌아 당신에게 가는

거리만큼

수국은 비어 있지

해 질 무렵, 나는 텅 빈 당신을 생각해보고

물종지 같은 당신을

오래오래 생각해보고

주머니 속

쥐고 있던 마른손을 꺼내어

젖은 허공에 펴보는 꽃이여

아, 수국은 참으로 멀리도 다녀갔지

지그시 문을 들어

열고

닫고

- 고영민,『사슴공원에서』(창비, 2012)

수국 (水菊) / 권혁웅

- 젖가슴 6

귀신사(歸信寺) 한 구석에 잘 빨아 널린 수국들,

B컵이거나 C컵이다 오종종한 꽃잎이

제법인 레이스문양이다 저 많은 가슴들을 벗어놓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묻지마라

개울에 얼비쳐 흐르는 꽃잎들을

어떻게 다 뜯어냈는지는 헤아리지 마라

믿음은 절로 가고 몸은 서해로 가는 것

땅 끝을 찾아가 데려온 여자처럼 고개를 돌리면

사라지는 것

소금기둥처럼 풀어져 바다에 몸을 섞는

그 여자를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도금한 부처도 그대 눈빛도 다 서향(西向)이지만

그 여자, 저물며 반짝이는 그대를

단 한번 돌아볼 테지만

* 귀신사(歸信寺) : 전북 김제 모악산 기슭에 있는 절 이름

- 권혁웅,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민음사, 2007)

수국 / 이관묵

그때 나였던 얼굴​

담장에 기어올라 발돋움하고

먼 집밥 냄새 맡던

그때 나였던 얼굴​

한 송이 꺾어

시 쓰는 책상머리에 꽂아놓았다​

한때는 저 얼굴에 기차가 지나가기도 하고

누군가 천둥을 심어놓기도 했지​

시가 좀 환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밥 냄새나지 않는 시를 위해

시의 제단에 밥상 차려놓고​

고봉밥 같은 얼굴 모셨다​

한때 나였던 너에게

답장을 쓰려고 편지지 앞에 앉아

몸을 흔들어본다​

깡통처럼 찌그러진 말들이 덜컹거린다

​- 이관묵, 『동백에 투숙하다』(천년의시작, 2017​)

수국 / 이문재

여름날은 혁혁하였다

오래 된 마음자리 마르자

꽃이 벙근다

꽃 속의 꽃들

꽃들 속의 꽃이 피어나자

꽃송이가 열린다

나무 전체가 부풀어 오른다

마음자리에서 마음들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열엿새 달빛으로

저마다 길을 밝히며

마음들이 떠난다

떠난 자리에서

뿌리들이 정돈하고 있다

꽃은 빛의 그늘이다

- 이문재, 『마음의 오지』(문학동네, 2007)

수국(水菊)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 이해인,​『시간의 얼굴』(분도출판사, 1989)

수국밭에서 / 이외수

도로변 꽃집 꿈꾸는 수국밭에서

암록빛 배암이 꽃을 게울 때

도시에서 하루 한번씩

꽃집 창 앞을 기웃거리던 버릇을

생각하는 친구여 차를 들게

지금은 비가 오지만

그리운 이유조차 알 수 없지만

몇년이 지나도 아는 이 없는 거리

따뜻한 커피잔 속에 보이는 친구여

도무지 사는 일이 힘들어 야위어가는

네나 내나 동무 삼는 수국밭에서

하루 한번씩 그립던 버릇을 생각하는

친구여

- 이외수,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 쉴 때까지』(해냄출판사, 2010)

수국 앞에서 / 정병근

덜 본 얼굴 하나가 어른거린다

천추의 문장 밖에서

나는 서성인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

몽친 몸이 바람에 흔들린다

소문이 도착하기 전에

너는 오늘의 날씨를 흘려듣는다

앞말을 버린다

그리운 할 때의 그리움을

사랑하는 할 때의 사랑을

꿈에도의 꿈을

버리고 지나가는 투로

잠시 네 앞에 설 때,

너는 그저 깨끗하고 선한 눈으로

발목을 내어주고 고개를 돌리고

그런 무방비로

깍지 낀 한아름의 다발로

내 안에 수굿이 든다

뭐라 해야 하나

뭐라 하지 않아야 하나

그간의 안부와 이런 해후를

어그러진 맹세의 자초지종을

물어야 하나

답해야 하나

- 계간 『시산맥』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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