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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벚꽃 명소, 국립서울현충원, 경복궁 수양벚꽃, 어린이대공원 벚꽃, 벚꽃 시모음

Good writing(좋은 글)

by 진주쌤컴교실 2022. 4. 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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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어요.
벚꽃 명소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서울 벚꽃 명소,국립서울현충원,경복궁 수양벚꽃,어린이대공원 벚꽃
코로나19로 우울한 마음 
봄꽃으로 잠시 쉬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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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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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수양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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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벚꽃

 

 

 

 

산벚나무 꽃 필 때 / 정일근

앞산이 막고 뒷산이 붙잡아도

당신 때문에 빛나고 당신 때문에 슬픈

그 사랑 내장부터 똥구멍까지

송두리째 꺼내 보여주고 싶은 날

- 정일근,『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문학과지성사, 2009)

벚나무는 건달같이 / 안도현

군산 가는 길에 벚꽃이 피었네

벚나무는 술에 취해 건달같이 걸어가네

꽃 핀 자리는 비명이지마는

꽃 진 자리는 화농인 것인데

어느 여자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 안도현,『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벚꽃 소리 없이 피어

몸이 몹시 시끄러운 이런 봄날에는

문 닫아걸고 아침도 안 먹고 누워 있겠네.

한 그리움이 더 큰 그리움을 낳게 되고……

그런 그리움을 누워서 낳아보고 앉아서 낳아보다가

​ 마침내는 울어버리겠네. 소식 끊어진 H를 생각하며

그러다가 오늘의 그리움을 어제의 그리움으로 바꾸어보고

​ 어제의 그리움을 땅이 일어나도록 꺼내겠네, 저 벚꽃처럼.

아름답게 꺼낼 수 없다면

머리를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로 보내겠네.

꽃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세상이 몹시 성가신 이런 봄날에는

냉장고라도 보듬고 난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네.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푸른 밤의 여로』 (문학과지성사, 2006)

벚꽃 나무 화려한 / 권대웅

간다. 그리운 저 미친년

쓸쓸한 봄밤을 온통 뒤집어 놓고 뒤집어만 놓고

저 혼자 그리 빨리도 간다

아아아 흐드러지는 달빛 소리

짧은 사랑의 긴 적막 속

익숙한 기척에 창문을 열면

짙은 향기에 불현 목이 메고

그랬구나 사랑은

봄밤에 터지는 괴성 소리

화들짝 달아오르는 살결

짧은 입맞춤이었구나

휩쓸고 지나간 도시의 화려한 네온 사인 속으로

가 버린,

- 권대웅,『당나귀의 꿈』(민음사, 1993)

산벚나무 / 도종환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 루쉰의 글 「고향」에서 인용.

- 도종환, 『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2006)

벚꽃, 해탈의 울음 / 김은숙

사무치기도 하여

캄캄한 그리움이기도 하여

내 기다림은 이렇게

하얀 소복(素服)이다

무너지듯 마음 벗으며

맨발로 먼 길 나서는 흰 이마의 사람아

봄 하늘 너울대는 시름 맑게 헹구고서

치마폭 환히 펼쳐 대지 뒤덮은

해탈 같은 이 울음들 꼭꼭 밟고

이제 가라

닿지 않는 오랜 기다림 내려놓고

맨발의 소복으로 묵상하는 봄 고요한데

직지(直指), 마음 가리키는 비밀의 흰 손은

땅 속 천불천탑(千佛千塔)을 세운다

- 김은숙,『손길』(천년의시작, 2007)

꽃춤 / 함순례

벚꽃잎 바람에 실려 돌아가시네

먼 길 걸어와

후끈하게 달아오른 온몸을 열어

절정에 올랐다가

미련 없이 길 떠나는

저 비릿한 난장蘭章,

정류장 빈 의자에 잠시 올려놓은

맨발로 가는 생의 첫 마음을 읽네

신발을 벗듯

일생 꽃피우겠다는 중심을 향해

바짝 나투시는

꽃의 일념은

제 몸 향기로운 혈관을 짜

우주의 통로를 여는 일

가벼워라, 바람은 참 맑아서

꽃 진 자리 눈뜬 새잎이 허공을 밀고 가네

꽃나비 떼 무진무진

물들이며 날아오르네

- 함순례,『혹시나』(도서출판 삶창, 2013)

벚꽃제 / 최영철

저 보러 가는 동안 조금 더 참지 못하고

이제 막 진해 초입 들어서는

내 얼굴 위로 환히 떨어지네

터널 지나 장복산 고개 막 넘어서는데

때마침 불어준 산들바람 참지 못하고

풀풀 방사하고 있는 조루 벚꽃

첫 휴가 해군 옆에 선 처녀 가슴께로

후르르 떨어지네

웬 웃음 눈물 풀풀 날리며 가도 까딱 않는 꽃대궁

바닷바람에 더 단단해져

줄줄이 늘어선 질긴 가지에 맺혔네

그렇게 많은 눈들이 지나갔건만

쉽게 방사할 줄 모르고 꼿꼿이 선 지루 벚꽃

첫아들 면회온 아낙 머리 위에

낭창낭창 흔들리고 있네

- 최영철,『그림자 호수』(창작과비평사, 2003)

쌍계사 십리 벚꽃 2 / 고두현

쌍계사 벚꽃길은 밤에 가야 보이는 길

흩날리는 별빛 아래 꽃잎 가득 쏟아지고

두 줄기 강물 따라 은하가 흐르는 길

쌍계사 벚꽃 길은 밤에 가야 빛나는 길

낮 동안 물든 꽃잎 연분홍 하늘색이

달빛에 몸을 열고 구름 사이 설레는 길

쌍계사 벚꽃 길은 둘이 가야 보이는 길

왼쪽 밑둥 오른쪽 뿌리 보듬어 마주 잡고

갈 때는 두 갈래 길, 올 때는 한 줄기 길

꽃 피고 지는 봄날 몇 해를 기다렸다

은밀히 눈 맞추며 한 생을 꿈꾸는 길.

- 고두현, 『달의 뒷면을 보다』(민음사, 2015)

벚꽃 개화예상도를 보며​ / 손택수

서귀포 벚꽃이 피는 건 3월 17일,

어머니 사시는 부산 이기대 바다는

23일이다

이기대 언덕에서 수목장을 한 아버지의 벚나무도

예상대로라면 그날 피어날 것이다

바다를 건너오는 데 무려 일주일이나 걸리다니,

벚나무는 동력선이 아니라 옛날방식대로

돛단배를 타고 오나 보다

그 일주일 동안 어머니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겠지

이제나저제나 벚나무에 상륙할 꽃들을

기다리고 있겠지

세상에는 꽃의 속도로 잊어야 할 것들이 있어서,

꽃의 속도가 아니면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

- 손택수,『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 2014)

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 조창환

사월 어느 날, 만개한 벚나무 아래, 나무 벤치에 앉아

겨울 눈보라처럼 쏟아지는 꽃잎 치어다보다

저 꽃잎들 어느 목숨이 흘린 키스 자국인가 생각한다

빛 고요하고, 바람 촘촘하고, 가슴 먹먹하다

한 꽃잎이 다른 꽃잎을 흔들어 끌어안고 몸부림친 흔적들이

허공에 가득 부푼 팽팽한 허기를 메꾸어준다

삭발한 여승처럼 파르스름한 하늘의 오장육부를 씻어 내리는

저 키스 자국은 세상에 없는 눈물 자국인 것을 생각한다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저 흔적은 바보하늘의 오장육부를 씻어 내릴 것이다

봐라, 벚나무 아래 잠들었던 나귀가 활짝 웃는다

- 조창환,『벚나무 아래, 키스자국』(서정시학, 2013)

벚나무 실업률 / 손택수

해마다 봄이면 벚나무들이

이 땅의 실업률을 잠시

낮추어줍니다

꽃에도 생계형으로 피는

꽃이 있어서

배곯는 소리를 잊지 못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어서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 노점을 차렸습니다

솜사탕 번데기 뻥튀기

벼라별 것들을 트럭에 다 옮겨싣고

여의도광장까지 하얗게 치밀어오르는 꽃들,

보다 보다 못해 벚나무들이 나선 것입니다

벚나무들이 전국 체인망을 가동시킨 것입니다

- 손택수,『목련 전차』(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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